oto방송 김민석 기자 | 국가유산청 국립문화유산연구원 국립가야문화유산연구소는 경남 함안군에 위치한 성산산성에 대한 제18차 발굴조사(2024년)에서 출토된 목간(木簡) 2점에 대한 판독을 실시해, 당시 고대 행정 실무와 사회 운영 양상을 확인했다.
함안 성산산성은 1991년부터 2016년까지 총 17차례에 걸쳐 국립가야문화유산연구소가 발굴 조사한 신라 고대 성곽 유적으로, 지금까지 약 245점의 목간이 출토되어 한국 고대사 연구의 핵심 유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제18차 발굴조사에서도 다량의 목간이 출토된 성벽 부엽 시설에서 목간 2점이 추가로 발견됐다.
이번에 출토된 목간은 다면 목간 1점과 양면 목간 1점이다. 기존 목간이 출토된 위치와 동일한 곳에서 출토되어 두 목간의 제작 시기 역시 6세기 중반 경으로 추정된다. 다면 목간은 총 네 면으로, 그중 세 면에서 사람에게 처벌을 행한 행정 내용이 담긴 묵서가 확인됐다. 특히 ‘어(於)’자와 ‘白(백)’자의 독특한 필체나 용법으로 미루어보아, 아랫사람이 어떤 일을 처리한 뒤 그 결과를 윗사람에게 보고하는 이른바 구술 형식을 띤 초기문서 목간임을 알 수 있었다.
양면 목간은 상·하면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고 판독 가능한 글자 수가 적어 전체적인 내용 해석에는 한계가 있었다.
특히 이번에는 성산산성 출토 목간 판독 과정 최초로 초분광 영상(Hyperspectral Imaging) 기술을 활용해 판독을 진행했다. 기존 목간 판독에 사용되던 적외선(IR) 분석법에 비해 육안이나 일반 촬영으로는 식별하기 어려운 문자까지 선명하게 복원할 수 있어, 목간 판독 정확도를 크게 향상시킬 수 있었다.
아울러, 목간의 수종을 분석한 결과, 두 목간 모두 소나무류로 확인되어, 고대 문서 제작에 사용된 목재 자원의 선택과 활용 양상을 이해하는 데에도 과학적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립문화유산연구원 국립가야문화유산연구소는 이번에 출토된 목간에 대해 문자의 보존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여 전문적인 보존처리를 진행할 예정이며, 앞으로도 고대 가야문화권 역사적 실체를 밝히기 위한 조사·보존·활용의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그 결과를 공유함으로써 문화유산의 사회적 가치를 한층 확산시키는 데에 매진할 것이다.